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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쿰 스테이지와 함께 한 지옥에서 온 Git

  • Devellany

   개발자가 되기까지 필자에게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을 뽑는다면 바로 이고잉님이다. 프로그래밍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생활코딩을 보며 독학을 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이 자리에 서있을 수 있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에 롤모델이라 자신 있게 적을 정도로 그는 필자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다. 무려 직업이 달라졌으니 이보다 큰 일은 쉽사리 생기지 않으리라. 비록 이고잉님 본인은 모르는 일 일지라도 그는 내게 있어서 감사하고 존경받아야 할 인물이다.

   작년이었을까, 재작년이었을까? Modern Php User Group 정기 세미나에서 이고잉님을 처음 만나뵐 수 있었다.(앞서 이야기 하였지만, 그는 필자를 모른다.) 그 당시 새로운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이 만든 파이썬 프로그램을 잠깐 보여주었다. 바로 지옥에서 온 GIT과 이를 위해 직접 만든 GIT 분석 프로그램이었다. 강의를 준비하는 열의와 그에 걸맞는 노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신념과 결실을 오늘에서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바로 릴리쿰 스테이지와 함께하는 지옥에서 온 GIT 오프라인 강의다!

   적은 인원을 선착순으로 모집한 강의는 불가 33초 만에 마감되었다. 이 사실은 선착순에서 떨어진 동료가 받은 메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날, 그 누구보다 빨리 도착한 필자에게 릴리쿰 스테이지 관계자 분께서 가장 먼저 신청하신 분이 가장 일찍 오셨다며 알려주셨다. 17초였다고 한다. 사람이 가능한 속도냐며 감탄하셨다. 오타가 있나 한두 번 검토하고 신청하였는데, Deview로 단련된게 분명하다. 곧이어 이고잉님 강의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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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날 살펴보니 오픈튜토리얼스 모토에 맞게 일반인이 강의 대상이었으며, 누구든지 버전관리를 통하여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생활코딩과 그의 피드를 보며 느꼈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좋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일반인도 버전관리가 필요하다는 틈을 잘 찾아내셨다. 개발자가 아니라 사명감을 가진 쟌다르크처럼.

   그렇다면 이 강의가 개발자이며 이미 버전관리를 사용하고 있는 필자에게 도움이 안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소스트리는 필자도 처음 써보는 것이었으며,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이고잉님 강의 방식을 보며 배울 점이 많았다. 비록 강의 목적과는 다를지라도 이고잉님이 가진 노하우를 직접 대면할 좋은 기회였다. 심지어 다음 날이 개발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냐고 물어본 지인에게 1대1로 처음 가르쳐주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필자가 처음 교재로 선택한 강의 또한 바로 이고잉님의 온라인 강의 중 하나였기에,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 볼 수 있는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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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고잉님이 이 강의에서 거론하였듯이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개발자와 설명을 잘하는 개발자는 같지 않다. 또한 그 대상이 일반인이라면 더더욱 차이가 벌어진다. 이 차이는 이해가 없는 익숙함이라 하셨는데, 어쩌면 지금 나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이고잉님은 일반인도 익숙해진다면 능숙하게 버전관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개발자인 본인에게는 뼈를 때리는 일침이었다. 필자는, 그리고 개발자 대부분은 익숙하기 때문에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니라. 단지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익숙함만으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이는 필자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반성할 필요가 있는 비수였다. 어찌 되었든 그는 프로그래밍에 있어 나의 첫 번째 스승이었고, 그 한 마디가 뇌리에 박혔다.

   첫 날 이후 이고잉님이 의도한 목적과는 다른 목표를 가지고 강의에 참여하였다. 우선 릴리쿰 스테이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강의는 시간되면 시작되겠지만, 릴리쿰 스테이지에 대해 궁금한건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도대체 뭐하는 곳일까?

   릴리쿰(reliquum)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니 라틴어로 ‘잉여’라는 뜻이었다. 꽤나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릴리쿰 스테이지는 홍대입구역 근처이며, 한적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지도를 찍고 오지 않는 이상 모르는 사람은 지나치기 쉬운 위치였다. 릴리쿰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홈페이지와 브로슈어를 살펴봐도 한 마디로 요약하기 힘든 공간이었다. 책도 쓰고 다양한 물건도 만들고 이것저것 많은 활동을 하는데, 도저히 하나로 묶이지 않았다. 릴리쿰 스테이지를 굳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꿈을 발현하는 무대’랄까? 무슨 말이냐고? 필자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물어봤다. “릴리쿰은 어떤 곳이에요?”

   두 가지 키워드를 들을 수 있었다. '메이커 스페이스' 혹은 '해커 스페이스'. ‘maker’, 즉 스스로 products(goods + service)를 구상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3D프린터, 레이저 인그레이버, 컴퓨터 자수기 같은 장비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도구였다. 창작에 제한이 없으니 그 공간 또한 하나의 범주로 묶일 수 없던 것이다. 타인과 경쟁이 사회에 만연한 한국에서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이라니, 제법 고유한 매력을 지닌 곳이었다.

   릴리쿰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되었고, 그 후에는 수업 내용보다 강의 방식에 대해 집중하였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필자는 버전관리를 사용하는 개발자이기에 Git 사용 방법은 대부분 알고 있어 크게 중요치 않았다. 본인에게는 Git을 설명하는 방식과 함께 사람들을 이해, 설득시키는 방식이 더 크게 다가왔다.

   또한 공부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업에서 뛰다보면 빠른 도입을 위해 사용법 위주로 익히게 된다. 그로 인하여 해당 기술이 어떤 연유로 화두가 되었고, 생태계가 만들어졌는지 중요치 않았다. 대다수 개발자들이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을거라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트랜드 그 자체를 쫒아가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프로그래밍은 결국 철학과 기조 아래에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실용 학문인데, 본인을 도구로 여기지 말라는 개발자들 조차 프로그래밍을 도구만으로 여긴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익숙함만으로 코딩하는 개발자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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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주 동안 제법 재미있었다. 동료 결혼식까지 빠지며 들을 정도로 유익하였고, 기다리는 한 주 한 주가 즐거웠다. 참석한 다른 분들은 어떤 이유로 신청을 하였고, 강의를 통해 무엇을 느꼈을지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는 얻어갔으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강의를 지원한 오픈튜토리얼스 강두루님과 릴리쿰 스테이지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남기며 글을 마친다. 아참, 페이팔 국내 정책 변경 때문에 오픈튜토리얼스 후원이 오래전 끊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귀찮아서 미뤘던 정기후원 등록을 다시금 하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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