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길었던 3일 간 여정,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9호 후일담
Miscellany1월 14일, 기자 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원고 써주실 수 있나요?"
397호 필진으로 참여하였기에 저에게 물어보았던겁니다. 이 블로그에 있는 글을 보고 꺼낸 이야기였는데, 최근에 Lovefield가 쓰고 제가 교열했던 에디터 관련 글입니다. 오래전에 써놓았지만 에디터 작업을 진행한다고 뒤로 미루어졌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은 아직 그게 전부였어요. 분명 Lovefield가 할 이야기가 많은 주제지만, 당장 쓰여진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나올 399호 필진을 모집할 때가 11월초였으니 제의를 받을 때는 곧 잡지가 나와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지금쯤 이야기를 꺼낸걸 보아 원고가 부족한가 싶어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적여 보았습니다. 이미 한 번 맺어진 인연인데, 서로가 서로에게 잘해주면 좋은거 아니겠냐는 심정으로 말이죠. 다행스럽게도 억지로 우겨본다면 399호 주제에 흠이 되지 않을만한 이야깃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내 결과물 공유를 위하여, 외부 교류를 위한 발표를 위하여, 더 나아가서는 제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만들고 있던 프리젠테이션 초안이었습니다. 완성된 자료는 아니었지만, 보여드리면서 이 주제는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잠시 발표용 초안을 살펴보시더니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셨습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최대한 들어주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적였던거라 언제까지 하면 되는지 되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유 기간이 고작 3일이었습니다! 아니, 화요일 오후에 물어봐서 목요일 밤까지였으니 이틀하고 반나절 뿐이었습니다. 당일인 화요일도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고, 그 다음날은 직장 동료와 함께 코드스피츠 86회차, 객체지향 자바스크립트를 수강해야 했습니다.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부족한 조건이었습니다. 심지어 397호 러닝커브에 대한 주제를 쓸 때는 한 달 내내 글을 쓰며 퇴고를 수십 차례 반복한 뒤 초고를 제출 했었거든요.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이야기를 꺼냈다는 점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이번 399호, 자동화를 주제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제 글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친구들과 약속이 끝난 밤 9시반부터 아이폰과 노션을 통하여 초고를 본격적으로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기본적인 뼈대는 발표용 초안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정하였고, 저도 퇴고할 여유가 없기에 노션을 바로 공유하였습니다.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집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수요일이 되었습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잠깐 글을 끄적이고, 회사에 있을 때는 오로지 업무만 집중하기 위해 원고를 쓰지 않았습니다. 이는 저와의 약속이기도 한데, 회사에 있을 때는 그 모든 시간을 회사와 관련 있는 일에 쏟는다는 다짐입니다. 스스로 떳떳해야 회사와 협상할 일 있을 때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이유로 업무 시간에는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강의를 들으러 이동할 때 또다시 스마트폰으로 글을 끄적였고, 수강할 때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원고를 작성하였습니다. 업무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글에 쏟은 덕분인지 수요일을 끝마칠 때 60%는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대망의 원고 마감일인 목요일이 밝았습니다. 원고를 쓴다고 할 때부터 시간이 부족하니 개인연차를 사용하여 글을 쓴다고 했고, 그게 바로 목요일이었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연차 사용이 자유로워 가능한 선택지였죠. 마지막을 불태워보자는 심정도 있었고, 화요일에 계산해보니 휴가 없이는 도저히 마감일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종일 글에 전념하였고, 오후 네 시가 넘어서야 제출한만한 수준의 초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이게 바로 인간승리!!)
바쁜 와중에도 기자님께서 나와 점심을 사주셨는데, 그 시간을 빼고는 하루종일 글을 써서 초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최소한 주말이 마감일이었다면 내용을 다듬고 부족한 내용을 채울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그걸 바로 글로 풀어낼 수 있을 만큼 지식의 내재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3일 동안 쓴 글이 잡지 8페이지라는 말에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썼던 글이랑 페이지수가 큰 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9호는 자동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발에 있어 자동화는 중요합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결과물은 결국 사람이 할 일을 대신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거든요. 이에 매력을 느껴 개발을 시작하였을테니 좋은 주제입니다. 사용자의 시간 뿐만 아니라 개발자 본인의 시간을 아끼기 위한 CI/CD라든가 크롤러, RPA 등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지난 호인 클라우드와 다르게 개발자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주제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에 제가 제출한 원고는 서킷브레이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장애 대응에 대한 경험담입니다. 그 글의 아이디어는 서킷브레이커 구현 라이브러리인 히스트릭스에서 가져왔습니다. 히스트릭스는 넷플릭스 OSS 중 하나죠. 관심 생기지 않나요?ㅎ
잡지라고 하면 흔히 중간에 광고가 삽입 되어 있을 것 같지만,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모든 페이지가 필진의 이야기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잡지라 불리기보다 하나의 주제를 시리즈 별로 담는 IT 정기간행물이라 보는게 더 맞습니다. 종이 재질도 다른 도서랑 비교하면 고품질이라 소장하기도 좋아요. 관심 있다면 한 번 서점에 들려보는건 어떨까요? 이번 399호는 1월 31일 출간할 예정입니다.
Devell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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