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us up for Microsoftware
Miscellany5월 한 달 간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집안일도 있었고, 그보다도 잡지에 기고할 수필을 쓰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끄적이는게 아니라, 글을 썼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병영문학상이었죠. 그 때 당시 자대에서 쓸 시간을 주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입선은 하였습니다. 혹시 현역 장병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이기 때문에 만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매 회차마다 다르지만 부문 별로 약 1만 건 정도 제출하고, 인정 받는다면 등단할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그 중 입선인 30명 안에 들었으니 부족한 글 치고는 제법 괜찮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남들과 달리 중수필이여서 튀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기고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IT 소프트웨어 전문 잡지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83년부터 간행되었으니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된 잡지입니다. 연차가 많은 개발자들은 잘 알지도 모르겠네요. 익히 알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오래되었습니다. 올해 다짐 중 하나로 이곳에 기고할 타이밍을 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7호는 러닝커브를 다루며, 글을 쓰기에 부담 없는 주제입니다. 재빨리 목차를 잡아 조병승 편집장님께 연락하였죠. 다행스럽게도 구성에 대하여 만족하셨고, 이를 기준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러닝커브, 학습비용은 시니어보다 주니어에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 글의 독자를 신입 혹은 그에 준하는 개발자로 잡았습니다. 애초에 글 쓰는 사람이 4년차인데, 시니어를 위한 글을 쓰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러닝커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하여 잡은 주제는 『커뮤니티와 성장』입니다. 개인적으로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기회를 통해 여기까지 온 만큼 러닝커브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안성맞춤이었죠. 더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참여하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비록 허울 뿐이지만, 한 개발자 모임의 운영진이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목차를 잡고 글을 쓰는건 실로 오랜만입니다. 병영문학상에 제출한 글조차 목차는 없었습니다. 그 당시 목차를 구상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끄적이던 짤막글 중 하나를 수필로 각색한 것 뿐이었죠. 또한 평소에는 대부분 글을 끄적일 때 키워드 정도만 잡고 썼습니다. 장문을 잘 쓰지 않았기에 목차가 꼭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특별히 형식을 잡고 쓰는 경우가 드물어서 비록 짧은 글일지라도 쓰다보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차피 습작 용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마무리를 짓지 못 하는 망작 투성이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글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못해도 세 개 쓰면 하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립니다.
이번에는 기고인 만큼 목차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제대로 접근하지 않으면 기고할 수준의 글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습니다. 목차는 각 단락에 맞는 소주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하나씩 짤막글을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목차를 만든 이유입니다. A4 10장을 수필로 채우려면 제법 견고한 틀이 필요했거든요. 이를 잡아줄 틀이 바로 목차입니다. 코드로 치면 일종의 아키텍처, 뼈대를 담당합니다. 사실 IT 전문 잡지인 만큼 코드를 통해 내용 채우기 편한 것도 없는데, 애시당초 커뮤니티를 글 주제로 잡아 코드가 들어갈 공간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예시 코드 만드는게 쉬운 일이라는건 아닙니다. 단지 코드는 적은 타이핑으로도 많은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죠. 이를 포기하였으니 목차가 필요했습니다.
소주제를 하나씩 채워나갈수록 목차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글을 쓰면서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으니 역시 글과 코드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프로그래밍할 때와 마찬가지로 처음 모습 그대로 목차를 유지한건 아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원형 그대로를 살렸습니다. 초안을 작성하였을 때는 <그동안 배운 것, 그리고 배울 수 없는 것>라는 소주제가 있었습니다. 내용이 중복이 심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망가트린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를 수용하여 <간과하지 말아야 할 유의사항> 바꾸었는데, 이 부분을 제외하면 처음 작성한 목차 대부분 그대로 글에 녹아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7호, 러닝커브(링크)는 저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IT 직군 사람들이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아직 손에 들어오지 않아 읽지 못 하였지만, 취준생이나 신입 혹은 주니어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글들이 실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슨 잡지가 2만원이 넘나 싶은 마음도 들겠지만, 여타 다른 잡지와 다르게 광고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롯이 주제와 관련된 글 모음집입니다. 각 호 마다 정해진 주제가 있고, 이에 어울리는 글을 한 번이라도 읽는다면 비싼 금액이라 생각하지 않게 될겁니다. 생각보다도 퀄리티가 좋습니다. 품절 되더라도 전자책이 나오긴 하는데, 이왕이면 인쇄물이 소장하기도 좋으니까요!
잡지에 실리기 위하여 약 20일 동안 글 하나에 매달렸습니다. 출퇴근할 때 지하철 안에서 적고, 자기 전에도 폰으로 끄적였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건 편집장님과의 약속 덕분이죠. 'Profess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는데, 우리말로 바꾸면 떠벌림 효과입니다. 당차게 목차를 던지면서 쓰겠다고 약속했으니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글 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일단 지르면 어떻게든 해결 됩니다. 물론 인쇄물로 나가는 만큼 부끄러운 글을 쓰지 않고자 스스로 다짐한 것도 있었습니다. 이제 정말로 곧 있으면 서점에 진열될 예정이네요. 7월 24일에 발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용이 궁금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 글이 책이라는 형태의 인쇄물로 나오는건 제9회 병영문학상 이후 두 번째입니다. 아무리 코딩과 글쓰는건 같은 일이라고 주장하며 다녀도, 본업은 저자가 아니라 개발자죠. 흔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제법 재미있게 5월 한 달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처럼 글을 기고할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글 자체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전에 블로그에 쓴 <글쓰기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들에게>를 한 번쯤 읽어봐도 좋으리라 여깁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글을 올리고 싶다면 다음 기고자를 모집할 때 지원해보세요. 당신이 쓴 글도 잡지에 실릴 수 있습니다!
Devellany
back-end Developer
PHP, Java, JavaScript, MySQL, Redis, Ubuntu, Nginx
Codeigniter, Laravel, Zend, Phalcon, Spring Boot, JPA
PHPStorm, IntelliJ, Upsource, SVN, Git, Telegram Bot